목록으로

성경과 신학

하나님의 뜻 분별하기

세 가지 전통적 유형과 현대적 적용

by 김경호2023-06-23

기독교 세계관 운동 2.0 위하여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니다.  

분별의 원리 

  

제임스 패커(James I. Packer)는 하나님의 인도와 음성 듣기에 대한 분별을 이렇게 말한다. “영적 건강 상태와 하나님의 인도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영적 건강은 인도의 전제조건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마음의 영적 건강(health), 습관(habits), 그리고 욕구(heart)가 전제될 경우, 분별(holiness)이 가능하다. 또한 달라스 윌라드(Dallas A. Willard)도 동일한 의미를 강조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살아간다는 틀 안에서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게리 프리슨(Garry Friesen)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한다. “하나님은 삶의 기본적인 원칙(하나님의 윤리적인 뜻)을 알려주셔서, 더 많은 자유와 책임을 허락하시는 방식으로 인도하신다.” 그렇다면, 이들 세 영성 학자들은 이런 공통점과 함께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  


분별의 요소


제임스 패커의 세 가지 분별의 요소. 학자마다 분별의 요소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패커는 하나님의 인도를 세 가지로 본다. 그것은 성경, 지혜, 조언이다. (1) 먼저, 우리는 ‘성경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인도함을 받는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약속과 명령, 책(성경), 율법, 마음으로 인도함을 받는 것이다. 하나님은 ‘명령’을 통해 당신의 ‘약속’을 믿는 모든 사람을 인도하신다. 또한 하나님은 원리상, ‘책(성경)’이라는 규범을 통해 인도하신다. 이 규범적 형식은 구체적으로 ‘율법’을 통해 표현된다. 율법의 근본은 십계명이고, 율법의 내적 원리는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다. 율법에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겨 있다. 복잡한 상황에서 하나님의 마음(생각)은 악을 최소화하고 선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2) ‘지혜’는 “참된 원리를 삶에 적용함으로써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우리는 이러한 지혜를 구하고,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3) 마지막으로, 우리는 ‘조언’을 구하고, 심사숙고하여,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달라스 윌라드의 세 가지 분별의 요소. 윌라드는 말씀, 성령의 감화(내부), 환경을 강조한다. “세 가지란 환경, 성령의 감화, 성경 말씀을 말한다. 이 세 가지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것이 곧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이라고 믿어도 좋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분리되어서는 안 되고, 상호 의존 관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치되는지 합치되지 않는지에 대한 ‘추측’이 아니라, 그 음성에 경험적으로 ‘친숙’해서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경험해야 할 음성은 음질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특정한 생각’이나 ‘지각의 형태’이며, 그 음성에는 특정한 ‘정신’(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배어 있고, 그 음성을 특징짓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이란 성경에 부합한 것이며, 원리적인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맥락에서 그 음성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살아간다는 틀 안에서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하나님의 음성 듣기는 ‘순종’이라기보다 ‘사랑’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하나님이 원하시는 사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음성 듣기의 역설이 존재한다. “이렇게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 달라고 간청한다 해도, 그 말씀이 어떻게 들려올지 잘 모르고 거기에 반응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정작 말씀이 들려와도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이 역설은 두 가지의 비참한 결과로 나타난다. 첫째, 자신의 기분이나 우연한 기회, 또는 절박한 필요를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켜 엄청난 실패를 경험한 후, 종교적 일상은 유지하지만, 실생활에서 철저히 내 힘으로 살아가는 경우다. 둘째,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포기하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는 종교적 독재자에게 끌려다니며 광기로 치닫는 경우다. 따라서 윌라드는 하나님의 음성 듣기를 ‘체험’의 방식이 아니라 인격적 차원의 ‘대화’의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리 프리슨의 세 가지 분별의 요소. 프리슨은 하나님의 인도를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 하나님의 윤리적인 뜻, 하나님의 개별적인 뜻으로 보는 ‘전통적 견해’에 반대하고, 하나님의 개별적인 뜻을 제외한 두 가지 요소를 주장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은 신자에게 당신의 뜻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본적인 원칙(하나님의 윤리적인 뜻)을 알려주셔서, 더 많은 자유와 책임을 허락하시는 방식으로 인도하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윤리적인 뜻에는 인간의 자유와 책임을 전제로 한다. 즉 성경의 원리를 어기지 않는 한, 결정은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윤리적인 뜻을 ‘원’으로, 개별적인 뜻을 ‘원의 중심’으로 보는 견해는 잘못된 것이며, 하나님의 윤리적인 뜻인 ‘원’ 안에 모든 결정을 ‘자유의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이는, 성경에서 사도들의 의사 결정의 원리와도 일치한다. 사도들과 바울의 의사 결정은 “좋게 여겨”(선교지, 살전 3:4-5), “필요한 줄로 생각”(에바브로디도를 보내는 일, 빌 2:25-26), “합당하면”(헌금 모금, 고전 16:3-4), “마땅치 아니하니”(과부 돌보는 문제, 행 6:2-4), “가한 줄 알았노니”(할례 문제, 행 15:28-29)와 같이 표현된다. 프리슨은 이러한 윤리 안의 자유의 영역을 ‘지혜’로 표현한다. 즉 보다 더 좋은 것을 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프리슨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성경적 모델을 사실상 “개별적이 뜻”을 제외한 세 가지로 제안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 하나님의 도덕적인 뜻, 그리고 자유의 영역(지혜)이다. 


종합


세 학자가 제시한 이러한 세 가지 요소는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학자들은 각각 세 가지 요소로 성경-지혜-조언(패커), 말씀-성령의 감화-환경(윌라드), 그리고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윤리적인 뜻-자유의 영역(프리슨)을 제시했다. 여기서 나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초자연적인 요소’와 ‘자연적인 요소’로 구분하고, 자연적인 요소는 다시 객관적 원리와 주관적 원리로 구분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초자연적인 요소에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을, 자연적인 요소에서 객관적인 원리에는 “성경(원리), 윤리(규범), 지혜(자유), 환경(섭리)”을, 주관적인 원리에는 “내적 감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주요 원리가 아닌 “나머지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패커의 경우, 점술 행위로 분류하는 ‘징조와 표적’과 감정적 충동으로 분류하는 갑작스럽고 지속적인 ‘감정’ ‘최선과 차선’ ‘조언’ ‘소르테스 비블리카’(우연히 발견한 구절), ‘직접적인 음성, 환상, 또는 성령의 감동’이다. 윌라드의 경우, 다른 사람들, 기이한 현상과 음성, 초자연적인 사자(천사), 꿈과 환상 등이다. 프리슨의 경우, 상담, 상식, 초자연적인 인도(음성, 천사, 환상, 입신, 꿈, 예언, 이적 등), 여기서, 최선과 차선, 조언, 다른 사람들, 상담, 상식은 ‘지혜’로 분류할 수 있다. 지속적인 감정은 ‘내적 감화’로 분류할 수 있고, 징조와 표적, 직접적인 음성, 환상, 성령의 감동, 기이한 현상과 음성, 초자연적인 사자(천사), 꿈과 환상, 초자연적인 인도(음성, 천사, 환상, 입신, 꿈, 예언, 이적 등)은 ‘초자연적인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적용


빌 하이벨스(Bill Hybels)는 고전적 영성 훈련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적용한다. 그의 책 너무 바빠서 기도합니다의 제목이 암시한 바와 같이, 현대의 리듬은 기도할 시간도 없이 너무 바쁘다 보니 경건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더 이상 삶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없다. 따라서 하이벨스는 처방책을 제시한다. 첫째, 하이벨스는 삶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일기쓰기를 제안한다. 기도를 글로 쓰는 것이다. 글로 쓰는 기도의 효과는 확실히 삶의 속도를 줄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만큼, 고요해진다. 둘째, 이제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 듣기가 가능한 조건이 이루어진다. 능력은 침묵의 시간을 통해서 온다. 이제 나는 잠잠해지고,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이제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먼저, ‘오늘’ 하루를 살펴본다. 하루 동안 나에게 일어난 일들, 갑작스러운 사건들, 누군가의 말이 계속 떠오르는 경험을 생각해 본다. 나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앉아 주님께 말한다. “주님, 이제 당신의 성령님을 통해 제게 말씀해 주소서. 제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하나님이 말씀하실 것이 있으면 지금 이 시간에, 제게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이벨스는 오늘 하루 그가 경험한 ‘듣기’를 소개한다.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빨리 집으로 가서 쉬기를 기대하며 걸어갔다. 그러나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는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감’을 받았다. 그러나 하이벨스의 반응은 “왜요?” “왜 하필 접니까?” 하고, 그냥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더 컸다. 하이벨스는 그 인도하심에 순종할 수 없는 이유를 계속 합리화하면서 차를 몰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령님이 계속 강권하셨다. 결국 차를 돌려 그 여성 옆에 차를 세우고 물었다. “혹시 제가 도와 드릴 일이 있나요?” 그 여성은 교회 사역 게시판을 보고 행정 업무를 지원하고자 찾아온 것이다. 결국 사역진에 합류했고, 거의 10년 동안, 하이벨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신실한 사역자로 섬겼다. 


오늘(Today)! 그리고 듣기(Listen!)는 주관적인 인도하심의 경험으로 표현하는 좋은 도구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인도하심의 경험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첫째, 하나님에게서 오는 인도하심은 모두 그분의 말씀인 성경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대체로 하나님이 만드신 그 사람의 됨됨이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대체로 종 됨과 관련이 있다. 인도하심이 돈과 명예와 관련된 것이라면 아주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겸손, 섬김, 격려의 손길이라면 그 인도는 성령님께로부터 온 것임을 대체로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주관적, 객관적 인도하심에 대한 표준적인 예는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의 경우일 것이다. 월버포스는 회심 이후 정치에 소명을 두고 노예제도를 폐지하고자 평생을 두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유혹은 있었다. Today! 자신이 내각의 각료로 지명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에 흔들린 것이다. 그의 야망은 솟구쳤다. Listen! 그러나 그가 주일 예배를 드리는 그 순간 다시 내면의 질서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일기에 이렇게 기록했다. “오늘처럼 휴식하면서 종교 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날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나이다. 이날에 이 땅에 것들은 그 본래의 크기로 되돌아가고, 나의 야망은 수그러들었나이다.” 기억하자. Today! 오늘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살피고, Listen!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자.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공유하기
  • 공유하기

작가 김경호

김경호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M.Div.) 논문 “세 가지 유형의 개혁주의 세계관 연구”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연구단체 Worldview & Work를 설립하여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국내외에서 세계관 교육을 하고 있다.